한국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를 주요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2019년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를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핵심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수소 경제 전략과 현황,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수소 경제란?
수소 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경제 체계를 의미합니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로, 사용 시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적인 에너지 매체입니다. 수소는 직접 연소되거나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소 경제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청정 에너지: 수소 사용 시 물만 배출되어 대기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습니다.
- 에너지 저장 매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용도: 발전, 수송, 산업, 가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 에너지 안보: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수소 경제 로드맵
한국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 2월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주요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소차 보급 및 충전소 확대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40년까지 수소 충전소 1,200개소를 구축하여 전국 어디서나 20분 내에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2. 발전용 연료전지 확대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15GW(내수 8GW, 수출 7GW)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약 94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합니다.
3. 그린수소 생산 확대
현재는 대부분 부생수소와 추출수소에 의존하고 있지만, 2040년까지 그린수소(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방식)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수소 공급량을 연간 526만 톤(국내 생산 500만 톤, 해외 도입 26만 톤)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수소의 생산 방식과 기술 동향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로 구분됩니다:
1. 그레이 수소
천연가스나 석탄을 개질하여 생산하는 방식으로, 현재 가장 경제적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한국의 경우,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가 주요 공급원입니다.
2. 블루 수소
그레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여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탄소 배출은 줄이면서도 비교적 경제적인 방법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도기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그린 수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이지만, 현재는 생산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그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알칼라인 수전해, PEM(양성자 교환막) 수전해, SOEC(고체산화물 전해전지) 등 다양한 수전해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제주도와 울산, 전라남도 등지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수소의 주요 활용 분야
수소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한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송 분야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는 배출가스가 없고 주행거리가 길며 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넥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소차 모델이며, 향후 수소 버스, 트럭, 열차, 선박 등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수소차 등록 대수는 약 2만 5천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 발전 및 에너지 분야
연료전지를 통한 발전은 효율이 높고 소음이 적으며 분산형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약 65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 설비가 운영 중입니다. 주로 도시가스를 개질하여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점차 그린수소를 활용한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3. 산업 분야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소는 원료나 환원제로 활용됩니다. 특히 철강 산업에서는 기존의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 대신 수소를 활용한 직접환원철(DRI) 공법이 주목받고 있으며, 포스코에서는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4. 가정 및 건물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 연료전지 기반 열병합발전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으며, 향후 수소 도시 시범사업을 통해 주택과 건물에 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수소 경제의 과제와 전망
한국의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1. 경제성 확보
현재 그린수소 생산 비용은 kg당 약 7,000~10,000원 수준으로 높은 편입니다. 정부는 2040년까지 그린수소 가격을 kg당 3,000원 이하로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 및 규모의 경제 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전해 기술의 효율 향상과 대형화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2. 인프라 구축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특히 수소 충전소의 확대와 파이프라인 등 수소 공급망 구축이 중요합니다. 2022년 말 기준 전국에 약 120개소의 수소 충전소가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3. 안전성 확보
수소는 가연성이 높고 누출 시 감지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어 안전 관리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수소 안전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수소 안전 관련 R&D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4. 국제 협력
한국은 국내 생산만으로는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호주, 중동,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소를 도입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액화수소, 암모니아, 액체유기수소운반체(LOHC) 등 수소 운송 기술 개발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결론
한국의 수소 경제는 초기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수소차와 연료전지 발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국제 협력 등을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수소 경제는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의 지속적인 투자와 협력,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수소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